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노래도 있겠지만, 하나님이 들으시기에 좋은 노래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도행전을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사도행전은 노래로 표현하면 어떤 노랠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사도행전에는 내용에 따라 잔잔한 노래일 때도 있고, 역동적인 노래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도행전 하면 제게 떠 올리는 노래는 행진곡입니다. 사도행전은 성령의 행진이 기록된 책이기 때문입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같은 책이 사도행전이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교회가 성령 강림 주일로 지키는 날입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에, 성령 세례가 제자들에게 임했던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회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늘 본문은 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노래로 비유하면, 예수님의 부활은 노래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부활하심은 기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승천으로 새로운 노래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승천은, 공동체를 이끌던 지도자가 사라진 사건이기도 합니다. 지도자가 사라졌다? 이것은 새로운 위기를 의미합니다. 믿었던 사람, 의지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사라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온 나라가 비상 사태가 될 것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는 많은 노력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공동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누가 공동체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인가? 또한 공동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의 해답을 찾고자 시끌벅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에 제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감람원이라는 산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서 안식일을 준비했습니다. 120명의 제자들이 모인 장소는 마가의 다락방입니다. 모인 제자들은 대책 회의, 긴급 회의 이런 것을 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마음을 같이하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는데, 그것은 순종입니다.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인 이유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입니다. 4절을 보시면, ‘사도와 함께 모이사 그들에게 분부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네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라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 “기다리라”
제자들은 주님이 눈 앞에서 사라졌지만, 별다른 대책 회의도 없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도 못하면서도, 주님이 하라고 하신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약속하신 성령 세례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가만히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한 제자들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주님이 그들에게 기도를 시키신 것이지요. 그들이 무슨 기도를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아버지가 약속하신 것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말씀을 읽으면서, 이 장면이 쉼표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혀 새로운 음으로 이동하기 위해 한 숨 몰아 쉬는 곳. 제자들에게 쉼이 되는 순간이지만, 주님에게는 교회를 준비하기 위한 장면인 것입니다.
그래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교회의 시작은 기도로 시작했었지, 회의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기도에 대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먼저 묻고 싶습니다. 기도가 여러분에게 어떤 이미지인가요? 기도가 중요한가요?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가요? 때때로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 시간 죽이는 일 같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기도할 시간에 뭔가를 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교회의 시작은 기도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기도가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한가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바쁜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노래의 쉼표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쉼표가 없는 노래를 상상해 보셨나요. 신나는 노래가 아니라 노래 부르다 죽을 수 있습니다. 믿음 안에서 기도가 없다면 우리는 영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제게는 이런 강박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남는 것이다 라는 강박증. 일 중독이지요. 그리고 무언가를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위안을 받는 증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놀러갈 때도 해야 할 일을 꼭 들고 가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센루스에 갔다 왔습니다. 막내 딸이 식스 프래그에 소풍을 가는데 보호자롤 따라 나셨습니다. 소풍 간다는 생각에 흥분한 막내는 깨우지도 않은 새벽부터 일어나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혹시 실수할까바 저는 잠을 자지 않았는데, 쓸데 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막내 딸이 가장 먼저 일어나서 아버지가 일어나셨는지 확인하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놀이공원에 가기까지 5시간, 5시간 놀고, 돌아오는 시간 5시간. 이렇게 기나긴 하루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뭐하지? 그래서 제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애들이 노는 시간 동안 일을 좀 하자’ 그리고 뭔가를 챙기다가 했다가, 생각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놀이 동산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앉아서 아이들 기다리거나 아이들 노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아무 것도 안 탈 것 같더니, 나중에는 너무 신난다고 집에 갈 생각을 안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없으면 불안하고, 그래서 없는 일도 만들어서 분주하게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잠시 보는 것은 괜찮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보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변할 것일까요. 이런 낭비는 해야 된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습니다. 아이들 따라니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쉼표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쉼표가 필요합니다.
여행을 가는 것도 쉼표가 되겠지요. 아이들을 보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신앙인에게 쉼표는 기도입니다. 쉼표는 다음 소리를 위한 준비 시간입니다.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한 시간이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주님이 말씀에 순종하고 있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주님이 쉼표의 중요성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주님의 명령대로 예루살렘에서 부터 땅끝까지 주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지만, 그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이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대책 회의를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도 하지 않았고, 제자들에게 기도 부터 시키신 것입니다. 주님께 먼저 물어보라는 것이지요. 어떻게 할까요? 뭘 할까요? 달려가지만 말고, 잠시 쉬었다가 주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기도가 먼저이고, 행동은 다음입니다.
제자들이 기도하고 있을 때, 베드로가 갑자가 일어나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를 한 명 더 뽑아서 12명의 제자를 사도로 세우자는 제안을 합니다. 기도하다가, 베드로는 주님의 음성을 들은 것입니다.
우리에게 쉼표는 기도라고 했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이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가요. 제자들 중에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모여서 같은 마음으로 기도한 것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시간을 거룩한 낭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낭비는 나쁜 이미지인데,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교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베드로의 성경을 인용합니다. 그의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지헤입니다. 기도하면서 베드로가 성경 말씀이 깨닫고, 그 말씀을 적용하는 장면이 오늘 본문인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우리 삶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합니다. 기도하다가 주님의 말씀을 깨닫고, 그 말씀을 우리 삶 가운데 적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절입니다. 오늘은 교회가 태어난 일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한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주님은 사람들에게 같은 마음을주시고, 함께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그들이 기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를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바쁘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무엇을 열심히 하면 생산적이라고 느끼게 합니다. 정보를 모으고, 조금 더 알고, 쉼 없이 일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기가 필요합니다. 쉴 수 있는 용기. 기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기도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건설적인 시간입니다. 노래에서 쉼표가 없으면 큰 일이 나듯이, 우리 인생에,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기도가 없으면 큰일입니다. 기도는 쉼표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기도하십시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기도하십시오. 기도는 주님 안에서 우리가 누리는 쉼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주님께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를 기도합니다.